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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라진 제3의 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 여권상의 성별 구분에서 ‘제3의 성’ 선택이 사라졌다. 생물학적 성별을 바꾼 이들은 난처하게 되었다.     트럼프 정부의 공식적인 성 개념은 보수적인 시각을 반영하여 출생 시 XX 염색체를 가진 사람을 여성으로 정의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성별은 정자가 항상 X 염색체를 포함하고 있는 난자에게 X 염색체를 주면 여성(XX)으로, 반면에 Y 염색체를 주면 남성(XY)으로 결정이 된다. 이러한 생물학적 원칙에 입각해서 트럼프 행정부는 법적 성별을 엄격히 규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성별 구분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는가. 그 이유는 오바마 정부가 성소수자 인권 보호와 평등 증진을 위해 동성결혼 합법화, 군대 내 성소수자 차별 철폐, 성 정체성을 이유로 고용 차별 금지, 성소수자에 대한 의료 서비스 차별 금지, 성소수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학교 내 괴롭힘 방지 정책, 그리고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 가치로 국제적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적극적으로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성별 구분이 애매모호하게 되어서 단순한 이 질문에 대해 정확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서구사회와 동양사회의 역사적, 종교적 그리고 문화적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서구사회에서 ‘사람 (man)’은 성별의 구분없이 인간이라고 부르는 생명체의 총집합을 의미하는 동시에 여자를 제외한 남자만을 의미한다.     여자가 제외되어야만 했던 가장 원천적인 이유는 구약 성경의 창세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하나님이 진흙으로 ‘아담’을 빚어 만드시고, 아담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아서 그를 깊게 잠들게 한 후 그의 갈빗대 하나를 취하여 여자를 만드셨다.     원래 ‘아담 (Adam)’이라는 말은 고유명사라기보다는 히브리어에서 ‘사람(man)’이라는 일반명사로 사용되었으며, 히브리어로 진흙을 뜻하는 ‘adamah’에서 유래한 것이다. 하나님이 창조한 사람은 아담이라는 남자였으며, 여자는 아담의 갈빗대로 만들어진 ‘아담의 짝’에 불과했다. 초기 기독교 문화에 나타난 여성관을 보더라도 여자는 남자를 위해 창조된 존재라는 주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서구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유목문화에서 여자의 위치는 매우 빈약했기 때문에 여자는 예속적이고 소외된 존재였다.     반면에 동양문화권에서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더 중요하며, 더 주체적 의미를 가졌다. 고대 농경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집단의 생사를 좌우하는 생산이었기 때문이다. 생산의 주체가 될 많은 자식을 낳는 여자가 생산성도 높일 수 있었기에 그 집단을 부강하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동양의 농경문화에서 여자의 위치는 직접 생산수단을 소유할 뿐 아니라 집단의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불가결하기 때문에 여자는 존재의 독립적 기반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서구사회와 동양사회의 역사적 배경을 볼 때, ‘여자’에 관한 질문은 단순히 생물학적 성별을 구분하는 것을 넘어 여성의 시대와 문화, 종교 그리고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으로 확대되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하느냐가 심지어 정치적으로 또는 종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한 예로, 필자가 참석하는 교회의 목사님이 설교 중에 “이전에는 한 목회자의 신학적 정통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삼위일체’에 관한 질문을 했었지만, 이제는 ‘여자란 무엇인가’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그 목회자의 신학적 정통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오늘날 성별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정책적 변화가 아니라, 서구와 동양의 역사, 문화, 종교가 얽힌 복합적인 문제다. 이에 대한 해석과 대응 방식 역시 각 사회의 역사적 배경과 철학적 관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성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화두로 남을 것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기고 성소수자 차별 성소수자 인권 금지 성소수자

2025-03-25

[칼럼 20/20] 차별의 벽을 넘는 사람들

차별은 편견에서 비롯된다. 정당한 이유나 근거 없이 갖는 선입감이 편견이다. 편견에 기반해 인종, 성별, 성정체성, 종교 등에서 특정 그룹에 속한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차별이다.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자의적 편견으로 불공정하게 대우하고 통제한다. 주관적 사고와 연결된 편견이 시정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질 때 차별이 생긴다. 편견 바로잡기가 힘든 만큼 차별의 벽은 높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과 행정부의 주요 인선에서 ‘첫’이라는 수식어가 유난히 많았다. 각자의 분야에서 역사상 최초로 차별을 이겨낸 사람들이다. 첫 흑인 남성 로이드 오스틴이 국방장관에 임명되고, 아메리칸원주민 출신의 데브 할런드가 내무장관에 발탁되면서 인종의 차별을 깼다. 원주민 출신 장관은 건국 245년 만에 처음이다. 첫 여성 재무장관으로 재닛 옐런이 취임해 성별의 벽도 무너졌다. 동성애자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취임은 성소수자 차별의 경계를 지웠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여기에 또 다른 ‘첫’번째를 더했다. 지난 5일 바이든은 카린 장-피에르를 백악관 새 대변인에 임명했다. 첫 흑인 여성이자 첫 성소수자 백악관 대변인이다. 또한 카리브해 프랑스 레지옹 마르티니크에서 출생한 이민자 출신이기도 하다. 아이티계 부모에게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했다. 아메리칸드림의 전형이다. 아버지는 운전기사로 어머니는 병원노동자로 어려운 이민생활을 했다.     뉴욕 퀸즈에서 성장해 뉴욕공대(NYIT)를 졸업한 후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과 2012년 버락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백악관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선거운동에 관여했고 지난 바이든 선거에서도 캠페인 본부의 중책을 맡았다. MSNBC 방송에서는 정치 평론도 했다.     미국 백악관 대변인 자리는 세계의 ‘얼굴’이다. 백악관의 모든 발표는 전 세계로 보도 되고, 그 중심에 장-피에르 대변인이 있다.     흑인 여성 대변인 임명으로 인종과 성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장-피에르는 이번 대변인 승진으로 최근 임명된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등의 흑인 여성 정치인과 공직자 명단에 이름을 추가했다. 전임 젠 샤키 백악관 대변인은 흑인 여성 후임과 관련해 “(장-피에르는) 역사를 다시 쓴 인물”이라고 평했다.     장-피에르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도 극복했다. 16세 때 부모에게 성소수자임을 밝혔고 당시 어머니의 당황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회고한다. 그 후 수년간 자신이 성소수자인 사실은 가족만의 비밀로 지켜져 왔다고 한다. 그는 여성 파트너 CNN방송 언론인 수잔 말보와의 사이에 입양한 딸을 두고 있다. 지금은 어머니가 입양한 딸의 좋은 할머니가 됐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2007년 낸시 펠로시 의원은 200년 넘는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에 취임했을 때 “나는 우리 딸과 손녀들을 위해 대리석 천장(Marble Ceiling)을 깼다”고 말했다. 대리석 천장은 여성의 정계 진출에 장애가 되는 편견과 차별을 의미한다. 불과 15년 전 여성 하원의장 탄생은 엄청난 정치적 사건이었다.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선입감은 객관적인 판단력을 상실한 생각에 불과하다”며 편견에 근거한 부당한 차별을 경계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차별이 사라져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다수가 쌓아 놓은 높은 벽을 향한 소수의 도전은 항상 ‘첫’ 이정표를 세우는 험난한 과정이다. 그 견고한 벽을 넘어서려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김완신 / 논설실장칼럼 20/20 차별 성소수자 차별 성소수자 백악관 피에르 대변인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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